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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견도 비행기 탑승권 발급받던 날···“함께 날으니 꿈만 같아요”
    tour 2023. 3. 1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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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견 하늘을 날다’ 여행에 참가한 강석영씨(30)와 그의 반려견 룽지가 반려견 전용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다. 룽지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뒤 석영씨 무릎에 기대 단잠에 빠졌다. / 권도현 기자

    “유기견이었던 룽지가 처음 만난 세상이 어두웠을지라도 남은 시간들을 밝고 다양한 색깔로 채워주고 싶어요.”

    2019년 반려견 룽지를 입양한 강석영씨(30)와 김수영씨(34) 커플에게 룽지는 마음 속 깊숙히 자리 잡은 소중한 존재다. 반려인들이 세상의 전부인 룽지를 먹여살릴 생각을 하면 매일 아침 출근길조차 즐겁게 느껴진다. 룽지를 입양한 후 여행을 좋아하는 강씨 커플의 여행지 선택 기준은 ‘룽지’가 되었다. “예전엔 맛집이나 관광명소 위주로 여행지를 선택했는데, 이제는 룽지와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길이나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요.” 여행 계획을 짤 때 이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사항은 ‘반려견 동반 가능 여부’다.

    김경순씨와 그의 반려견 하루가 반려견 전세기 좌석에 앉아 있다. / 권도현 기자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명에 육박하지만 카페나 식당, 숙소까지 아직도 반려 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장소는 제한적이다. 제주도에 가려해도 가족이나 다름 없는 반려동물을 ‘수하물’ 취급하는 설움을 견뎌야 한다.

    불과 1년 전, 강씨 커플도 이런 일을 겪었다. 10.2kg인 룽지와의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지만 항공사로부터 룽지는 수하물로도 탑승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치와와나 퍼그 등 단두종의 경우 수하물칸에서 질식사나 호흡곤란 등 안전상의 이유로 위탁 운송이 제한된다. 룽지는 12% 가량 치와와의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룽지가 코가 높아요. 항공사에 사진을 보낼테니 한 번 확인해달라고 했지만 항공사 측에서는 절대 불가하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머리로는 백 번 이해하지만 유전자 정보를 요구하고 믹스견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듯해서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사람도 인종이나 유전자 정보를 갖고 차별하지는 않으니까요.” 결국 룽지는 자동차와 배를 타고 10시간을 이동한 끝에 반려인과 함께 제주도를 밟을 수 있었다.

    ‘반려견 하늘을 날다’ 여행에 참가한 반려견들이 비행기 탑승 전 케이지에서 대기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반려인들과 반려견이 반려견 전용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올해는 달랐다. 룽지는 자동차 뒷자석도 비행기 수하물칸도 아닌 반려인 옆좌석에 앉아 하늘을 날았다. 당당히 탑승권도 발급받았다. 반려동물 교육기관 ‘털로덮인친구들’이 지난 14일부터 2박 3일간 제주도에서 진행한 ‘반려견 동반 제주도 캠프’에 참가한 룽지네는 다른 19팀 17마리의 반려견·반려인들과 함께 국내 최초로 국토교통부의 승인을 받은 반려견 동반 탑승 전세기에 몸을 실었다.

    룽지가 반려인 김수영씨의 품에 안겨 반려견 전용 전세기에 탑승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이른 아침 케이지에 담긴 18마리의 반려견들이 김포공항에 나타나자 이용객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회화 교육이 되어 있는 반려견들은 케이지 안에서 차분히 자신들의 탑승 차례를 기다렸다. 비행기 엔진 소리나 처음 겪는 환경에 반려견들이 흥분하지 않을까 우려는 있었지만, 기내 소음은 사람 승객으로 가득 찼을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평화로웠다. 옆자리에 배정받은 룽지는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뒤 석영씨 무릎에 기대 단잠에 빠졌다. “룽지와 함께 비행기 좌석에 나란히 앉아 제주도를 향하는 것이 꿈만 같다”는 석영씨는 곤히 잠든 룽지의 모습을 조용히 카메라에 담았다.

     

     

    2021년5월26일 발행된 경향신문 권도현기자 기사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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